호르무즈 해협 파병 압박, 만만한 나라가 된 한국의 외교적 딜레마와 대책

트럼프가 3월부터 7개국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청했다. 지금까지 나온 답을 세어보면, 명확히 거절하지 않은 주요 동맹국은 사실상 한국뿐이다. 왜 하필 한국인지, 지금 국내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리했다.

1. 다들 나갈 문이 있었다

일본은 평화헌법을 방패 삼아 자위대 파견을 거절했다. 독일 외무장관은 "이 분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잘랐다. 호주는 "우리가 요청받은 일도, 기여할 일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중국은 애초에 미국의 동맹이 아니니 논외였고, 영국 총리는 "이기지 못할 전쟁에 젊은이를 보낼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한국에는 이 중 어느 것도 없다. 평화헌법 같은 법적 방패가 없고, 중동산 원유·LNG 의존도가 높아 "우리 일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어렵고, 결정적으로 주한미군이라는 지렛대가 있다. 트럼프는 이걸 숨기지도 않았다. "한국이, 그나저나 우리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됐던… 우리가 4만5천 명의 군인을 험지에, 핵 무력(북한) 바로 옆에 두고 있다. 한국이 하게 하자." 4월 1일, 그가 직접 한 말이다.

💡 핵심: 미워서가 아니다. 막을 카드가 없어서 마지막 타깃이 된 것뿐이다.

2. 일본이 한국을 걸고넘어진 건 아니지만, 결과는 같다

작년 4월, 당시 일본 방위상이 한반도-동중국해-남중국해를 "하나의 전구"로 묶어 한미일이 함께 움직이자는 구상을 내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일본은 평화헌법 때문에 완전한 집단적 자위권을 못 쓰지만, 한국은 다르다." 호르무즈 이슈가 불거지기 훨씬 전, 전혀 다른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의도적으로 한국을 지목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정확히 그렇게 됐다. 일본은 이번에도 헌법이라는 실시간으로 쓸 수 있는 방패를 그대로 썼고, 그 압박은 고스란히 옆 나라로 흘러왔다. 한 칼럼니스트가 남긴 문장이 정곡을 찌른다. "일본엔 평화헌법이라는 방패막이가 있고, 북한이라는 근심거리가 없으며 우리가 애타게 원하는 농축·재처리 권한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미국의 압박 앞에서 한국은 전략적으로 너무 취약한 국가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이후 동중국해·남중국해 사태에 파병하라는 요구가 있으면, 그땐 어떻게 할 것인가. 한번 꺾인 나라가 또 꺾이지 않겠는가."

실제로 교도통신은 "한국이 파병을 결정하면 일본에도 공헌 요구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이번엔 한국이 일본 때문에 곤란해졌지만, 다음엔 한국의 결정이 일본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서로가 서로의 방패이자 압박 통로가 되는 구조다.

3. 지금 한국 안 풍경 — 여론과 정부 입장

정부는 "최종 방침 정한 바 없다"는 말을 반복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종 결정권자, NSC에서 논의될 예정이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다만 "대미 통상 협상과는 연계되지 않았다"는 말을 유독 여러 차례 반복하는 걸 보면, 오히려 그 반대 의심이 이미 널리 퍼져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파병이 아니어도 기술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말도 계속 나오는데, 완전 거절도 전면 수용도 아닌 중간 지점을 미리 준비하는 모양새다.

여론은 팽팽하다. 전국지표조사에서 반대 45%, 찬성 36%. 한국갤럽에서는 반대 55%, 찬성 32%로 격차가 더 크게 나왔다. 조사기관마다 다르다는 건 여론이 아직 확고히 굳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균열도 있다. 40·50대는 반대가 우세한데 20대 이하에서는 오히려 찬성이 과반이다.

가장 역설적인 지점은 따로 있다. 더불어민주당(여당) 지지층의 55~69%가 반대하는 반면, 국민의힘(야당) 지지층은 오히려 찬성이 우세하다. 정작 결정을 내려야 할 정부의 지지 기반이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구조다. 9월 12일에는 시민단체 540여 개가 전국 동시다발로 반대 행진을 벌였다.

4. 국제사회 반응 — 진짜 신경 쓰는 나라는 없다

이란은 외무부 대변인이 한국어로 직접 경고문을 올렸다. "위험한 선택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한국의 어떠한 참여도 군사공격 가담으로 간주하겠다며, 동시에 64년 한-이란 관계를 언급하는 회유와 압박을 함께 썼다.

일본은 "우리랑 비슷한 처지"라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시작했지만 끝내지 못한 전쟁의 위험을 동맹국에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러시아, 이스라엘, 다른 중동국들은 한국을 콕 집어 언급한 공개 반응 자체가 없었다. 미국이나 유럽 쪽에도 "한국이 와야 한다"는 자국 여론 같은 건 따로 없다 — 정부 차원의 압박 메시지만 있을 뿐이다.

정리하면, 한국의 이 곤란한 처지를 진심으로 신경 쓰는 나라는 사실상 없다. 이란은 경고하려고, 일본은 자기들한테 불똥이 튈까 봐 신경 쓰는 거지, "한국이 안됐다"는 이유로 목소리를 내는 나라는 없다.

5. 떠밀려서 하는 거라고 인정하는 순간부터, 진짜 협상이 시작된다

지금 정부의 화법을 다시 들여다보면 한 가지가 빠져 있다. "우리가 원해서 하는 게 아니라, 거절했을 때의 비용이 너무 커서 떠밀려 하는 것"이라는 솔직한 인정이다. 정부도 이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국민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걸 입 밖으로 꺼내는 사람이 없다.

이 인정이 왜 중요하냐면, 이걸 인정하는 순간부터 비로소 "그럼 최소한 뭘 받아내야 하는가"라는 진짜 협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하는 것"이라는 프레임을 고수하는 한, 정부는 국민 앞에서도 미국 앞에서도 강하게 요구할 명분을 스스로 깎아먹는다. 자발적으로 하는 일에 대가를 요구하는 건 이상하지만, 떠밀려서 하는 일에 대가를 요구하는 건 지극히 정당하다.

6. 국민투표라는 카드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법적 구속력을 떠나서, 이 조항에 따른 국민투표를 대통령이 직접 발의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미국을 향해 "이건 우리 국내에서도 이만큼 논쟁적인 사안이라 아무 대가 없이는 넘길 수 없다"는 걸 공개적으로 증명하는 퍼포먼스이기도 하다.

실제로 반대가 우세하게 나온다면 정부는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는 명분을 들고 협상 테이블에 나설 수 있고, 찬성이 나오더라도 "국민적 동의를 거친 결정"이라는 정당성을 확보한 채 파병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정부에게 손해 볼 게 없는 카드다.

대통령이 끝내 이 카드를 쓰지 않는다면, 국민이 먼저 형식을 만들어버리는 방법도 있다.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 투표소를 차려놓고 국민투표를 하는 것이다. 법적 효력은 없어도 상관없다. 한글을 만들어 우리 목소리로 말할 길을 열어준 그 자리에서, "우리 아이들을 남의 전쟁에 보낼지 우리가 직접 정하겠다"고 투표함에 표를 넣는 장면 자체가, 어떤 여론조사 숫자보다 강한 메시지가 된다.

7. 종합

이란전쟁 전체를 관통했던 그 구도가, 한국의 파병 문제에서도 축소판으로 그대로 반복된다. 다들 각자의 셈법으로만 움직이고, 정작 곤란한 처지에 놓인 쪽은 그 결정을 홀로 떠안는다. 남의 집 불구경하듯 지켜보는 세계 앞에서, 한국은 막을 방법이 없어서 만만한 나라가 되어버렸다.

결국 이 모든 논리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거다. 남의 전쟁, 명분도 없는 곳에 내 자식을 보낼 수는 없다. 그래도 정 보내야 한다면, 그만큼 확실히 대우해달라. 이게 협박도 억지도 아니다. 자식을 전장에 내놓으라 요구하는 쪽이 최소한 갖춰야 할 예의고, 그걸 요구하는 게 이 나라 부모들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정당한 권리다.

자주 묻는 질문

Q. 미국은 왜 하필 한국에 호르무즈 파병을 요청하나요?

일본·독일·호주·영국 등 주요 동맹국이 헌법상 제약이나 지리적 거리를 이유로 이미 거절한 상태에서, 한국은 평화헌법 같은 법적 방패가 없고 주한미군이라는 지렛대까지 있어 거절할 명분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Q. 한국 헌법상 파병에 대한 국민투표가 가능한가요?

헌법 제72조에 따라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외교·국방 등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 다만 헌법재판소 판례(2005헌마579)는 국민이 국민투표를 요구할 권리까지 인정하지는 않는다고 해석해, 발동 여부는 전적으로 대통령의 재량이다.

Q. 현재 한국의 파병 관련 여론은 어떤가요?

조사기관에 따라 반대 45~55%, 찬성 32~36% 수준으로 반대가 우세하지만 격차는 유동적이다. 특히 여당 지지층의 반대(55~69%)가 야당 지지층보다 훨씬 강하다는 역설적 구도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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