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이 확신이 된 날 — 손절하며 살아온 이야기
촉이 확신이 된 날 — 손절하며 살아온 이야기 Seoul Auntie · 개인 에세이 이 글은 아동 학대와 성폭력을 언급합니다. 구체적인 묘사는 없지만, 미리 알려드립니다. 이 글은 아동 학대와 성폭력을 언급합니다. 구체적인 묘사는 없지만, 미리 알려드립니다. 저는 평생 이렇게 손절하며 살았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도, 나르시시즘이나 사이코패스 성향이 느껴지는 사람을 만나면 그 자리에서 손절하며 살아왔습니다. 다시 연락하지 않고, 다시 만나지 않고요. 그 때문에 손해도 많이 봤고, 여러 번 자리를 옮겨야 했습니다. 드라마스쿨을 갓 졸업하고 한국에 잠시 들어갔을 때, 영화 오디션 현장에서 연출 보조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배우들이 대본 없이 즉흥 연기로 오디션을 보는 자리였는데, 심사위원 중 한 명이 정신과 의사였습니다. 그날 주어진 즉흥 연기 상황은 어린 시절 부모에게 학대와 성폭행을 당한 여성이 부모와 마주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디션을 보던 배우가, 실제로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연기가 아니라 진짜 자기 이야기와 맞아떨어진 겁니다. 그 자리에 있던 의사도 그걸 눈치챘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 여성의 과거를 하나씩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파헤쳤으면 다시 돌봐주거나 치료로 이어줘야 하는데, 돌아온 말은 그 내용을 대본으로 써도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 세계에서 일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으로 왔습니다. 그날 본 건, 사람의 가장 깊은 상처를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소재 취급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원래는 그 사람을 보호해야 할 자리에 있던 사람이, 오히려 상처를 캐내는 데 가담했습니다. 저는 그 순간 그 세계와 완전히 등을 돌렸습니다.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 촉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 자라고 있었습니다. 촉이 확신이 된 날 저는 열여섯에 소련을 거쳐 유럽 열네 개국을 도는 연수를 떠났습니다. 마지막 도시는 런던이었습니다. 그 4주간의 여행에서, 책으로만 보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