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이제 리더의 영향력을 건강검진처럼 봐야 한다
회사는 이제 리더의 '영향력'을 건강검진처럼 봐야 한다
AI가 실력의 격차를 지워버리는 시대가 온다면
요즘 젊은 사람들, 정말 힘들게 일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습니다. 기술은 이렇게 좋아졌는데, 사람들의 일상은 왜 더 힘들어졌을까요.
이건 제 개인적인 예측이자 믿음인데, AI가 발전할수록 기술적 실력의 격차는 점점 좁혀질 거라고 봅니다. 스펙 좋고, 학벌 좋고, 논문 잘 쓰고, 코드 잘 짜는 것 — 이런 것들이 지금만큼 희소하지 않은 시대가 올 겁니다. AI 도구 하나만 있으면 웬만한 실무 격차는 메워지는 시대가 온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딱 하나 AI가 절대 대신해줄 수 없는 게 남습니다. "이 사람 밑에서 일하고 싶다"는 감정. 이건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게서만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회사가 리더를 평가하는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똑똑하고, 학벌 좋고, 연구 성과 좋은 사람이 아니라 —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을 리더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 글을 쓰는 저도, 나르시시즘이나 사이코패스 성향이 느껴지는 사람을 만나면 그 자리에서 손절하며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다시 연락하지 않고, 다시 만나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손해도 많이 봤고, 여러 번 자리를 옮겨야 했습니다. 하지만 늦게 알아채고 남아있었을 때 치를 손해가 훨씬 크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이게 제가 좋은 영향력을 알아보는 눈이 왜 중요한지 이론이 아니라 삶으로 말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좋은 리더십은 전염된다 — 이건 실제로 연구된 부분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제 생각이 아니라 실제 연구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리더십 연구자 잭 젠거와 조 폴크먼은 265명의 시니어 리더와 그 밑의 중간관리자, 그리고 그 밑의 직원들까지 3단계로 데이터를 모았습니다. 51개의 리더십 행동을 조사했고, 30개 이상에서 위 리더와 아래 리더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나왔습니다.
이 연구가 보여준 결론은 이렇습니다.
뛰어난 리더십과 나쁜 리더십, 둘 다 조직 안에서 바이러스처럼 아래로 전염되는 경향이 있다.
나쁜 리더 밑에 있던 직원이 나중에 리더가 되면, 그 역시 무능하거나 나쁜 리더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반대로 좋은 리더 밑에 있던 직원은 좋은 리더로 자랍니다. 이게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조직 안에서 대를 이어 전달되는 경향이 있다는 게 이 연구가 실제로 확인한 부분입니다.
여기서부터는 다시 제 상상입니다. 이 원리를 계속 확장해보면 어떨까요. 한 명의 좋은 영향력을 주는 리더가, 자기 밑에 몇 명의 좋은 영향력을 물려받은 사람을 만들어냅니다. 그 사람들이 각자 자기 팀을 만들면, 또 좋은 영향력이 퍼집니다. 이게 실무에 특화된 중간 리더 자리에서 시작된다면, 회사 전체에 좋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지 않을까요. 연구가 정확히 이 숫자를 증명한 건 아니지만, 원리상 이렇게 흘러갈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정확히 똑같이 작동할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왜 나쁜 리더가 회사에서는 스타로 남아있나
여기서 회사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불편한 사실이 있습니다. 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스 — 소위 다크 트라이어드 성향을 가진 사람이 단기적으로는 매출 같은 특정 지표를 끌어올리는 경우가 있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위에서 볼 때는 이 사람이 성과를 내는 스타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 성과의 대가입니다. 조직 연구자 클라이브 보디 교수는 기업 내 사이코패스형 관리자를 직접 인터뷰해서 추적했는데, 이런 리더가 있는 조직에서는 괴롭힘과 갈등이 늘고, 직원들의 정서적 웰빙이 떨어지고, 결국 유능한 직원들이 조용히 떠나거나 마음을 닫는 패턴이 확인됐습니다. 회사는 이걸 그냥 "이직률"이라는 숫자로만 보고 넘어갑니다. 그 리더는 여전히 스타입니다.
참고로 이 부분은 서로 다른 세 갈래의 연구를 제가 하나의 흐름으로 엮은 것입니다 — 리더십이 아래로 전염된다는 연구(젠거·폴크먼), 사이코패스형 관리자가 조직을 무너뜨린다는 연구(보디), 다크 트라이어드 성향이 단기 성과를 올린다는 연구는 각각 다른 연구자, 다른 표본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하나의 실험이 이 모든 걸 한 번에 증명한 건 아니지만, 여러 개별 연구가 공통으로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게 제 해석입니다.
즉, 회사는 지금 눈에 보이는 숫자(매출, 프로젝트 완료율)만 보고 리더를 평가하고 있습니다. 눈에 안 보이는 숫자(조용히 떠난 사람 수, 마음을 닫은 사람 수, 다음 세대 리더의 질)는 아무도 계산하지 않습니다.
조용히 떠난 사람들이, 사실은 좋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면
여기부터는 데이터가 아니라 제 확신입니다. 회사가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이 하나 있다고 봅니다. 조용히 떠난 그 직원들, 혹시 좋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던 건 아닙니까.
실력 있고 학벌 좋은 사람은 시장에 많습니다. 채용 공고 하나 올리면 이력서가 쌓입니다. 하지만 좋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은 다릅니다. 이건 이력서에 안 적히고, 면접 몇 번으로도 잘 안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조직에 남아있는지 아닌지가, 결국 그 회사가 10년 뒤에도 건강하게 살아남을지를 결정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회사에 앞으로 정말 필요한 건, 경력과 성과의 숫자를 잘 읽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의 기운을 알아볼 줄 아는 사람이라고 봅니다. 이건 스펙으로 안 뽑히고, 숫자로 안 보이고, 오직 사람을 보는 눈으로만 알아챌 수 있는 것입니다.
끼리끼리 뭉친다 — 제 나름의 해석입니다
이건 학술 용어로 뭐라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속담에 "끼리끼리 뭉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 주위에는 비슷한 사람들이 모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고 저는 봅니다. 가끔 결이 다른 사람이 그 안에 들어오더라도, 다수의 좋은 영향력이 그 자리의 룰이 되어 있으면, 그 사람은 자기 본성과 다르더라도 일단 그런 척이라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척"이 반복되면 버릇이 되고, 버릇이 습관이 되고, 습관은 결국 그 사람 인생의 한 부분이 된다고 저는 믿습니다.
이게 바로 좋은 영향력이 조직을 바꾸는 진짜 방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 명, 한 명을 다 교화시켜서가 아니라 — 좋은 사람들이 다수가 되는 환경을 만들면, 그 환경 자체가 규범이 되어 다른 결의 사람마저 끌어당긴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나쁜 영향력이 다수가 된 조직에서는, 원래 좋은 사람도 결국 살아남기 위해 그 룰에 맞춰 "척"을 하게 될 겁니다. 어느 쪽이든 사람은 결국 자기가 속한 환경의 룰을 닮아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 회사가 조용히 떠난 사람들을 그냥 숫자로만 셀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떠나면서 그 자리의 "끼리끼리"가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를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요.
문제는, 그걸 알아내는 방법이 지금 회사들에게 거의 없다는 겁니다.
숫자 비교는 AI에게 맡기고, 사람 목소리는 사람이 들어야 합니다
왜 회사들은 숫자 비교하는 데는 그렇게 공을 들이면서, 정작 일하는 사람들 목소리를 듣는 데는 소홀할까요.
매출, 실적, 성과 지표 비교는 이제 AI가 훨씬 잘합니다. 그 일에 사람의 시간을 더 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정작 시간을 써야 할 곳 — 직원 관리, 직원의 목소리를 듣는 일 — 에는 오히려 신경을 덜 씁니다.
많은 회사에 투서함 비슷한 것, 익명 신고 시스템이 있긴 있습니다. 그런데 왜 다들 있으나 마나 한 걸까요. 회사가 "비밀은 지키겠다"고 말하는 것과, 회사가 "구조적으로 누가 신고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은 다른 얘기입니다. 직원들도 그 차이를 압니다. 그러니 신고 안 합니다. 신고했다가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는 걸 본 적이 있으니까요. 신고해도 아무것도 안 바뀌는 걸 본 적이 있으니까요.
회사 안에는 암행어사가 없습니다. 조선시대 암행어사가 진짜 힘이 있었던 이유는, 지방 관리들의 권력 밖에서 왕이 파견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회사의 컴플라이언스팀, 인사팀은 결국 같은 조직도 안에 있고, 같은 사람들에게 평가받고 승진합니다. 조사하는 사람이 조사당하는 사람과 같은 권력 구조 안에 있으면, 진짜 독립적인 조사는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숫자 비교는 AI에게 맡기십시오. 대신 그 시간과 자원을, 직원들의 목소리를 진짜로 들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쓰십시오. 진짜 익명, 진짜 독립적인 조사, 그리고 신고 이후 반드시 눈에 보이는 변화. 이 세 가지가 없으면, 투서함은 그냥 벽에 걸린 장식품입니다. 이게 바로 다음 섹션에서 제안할 정기 검진의 전제조건이기도 합니다 — 검사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그 결과를 들어줄 독립적인 구조가 없으면 소용없으니까요.
그래서 제안합니다 — 리더의 심리와 행동, 건강검진처럼 정기적으로 봐야 합니다
이게 터무니없는 제안은 아닙니다. 이미 시작되고 있는 흐름입니다. 학계에서는 임원 채용 시 행동 테스트, 심리 검사, 윤리 심사를 포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고, 실제로 여러 회사들이 다크 트라이어드 성향을 진단하는 도구를 채용과 리더십 개발에 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검사는 "채용할 때 한 번" 하는 것으로 그쳤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자리가 바뀌고, 권력이 커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변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게 채용 때 한 번이 아니라 회사가 매년 하는 건강검진처럼, 정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실무에 강한 중간 리더 자리 — 사람을 가장 많이, 가장 가까이서 움직이는 그 자리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앞서 말한 젠거와 폴크먼의 연구가 보여주듯, 전염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모습일 수 있습니다. 매년, 리더 개인의 진단이 아니라 그 리더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정기적이고 진짜 익명인 360도 피드백으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개인을 낙인찍는 검사가 아니라, 그 자리(포지션)에 대한 건강 지표로 다루는 것입니다 — 특정 사람을 색출하려는 게 아니라, 그 팀의 공기가 지금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물론 이걸 어떻게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설계할지는 회사마다, 국가마다 다른 노동법과 프라이버시 기준을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건 제가 답을 다 가진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이, 아예 시도조차 안 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대표들, 경영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모든 대기업, A부터 Z까지.
당신들의 회사는 안전합니까?
이득만 있으면 된다는 비즈니스, 저는 이제 끝났다고 믿습니다. 로봇과 AI가 일상이 되는 시대에는, 오히려 더 인간적인 인간이 진짜 인재로 활약하는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은 AI가 채워줄 겁니다. 그러니 이제 회사가 찾아야 할 건 좋은 스펙이 아니라 좋은 영향력을 주는 인재라고 저는 믿습니다.
당신의 회사는 리더를 무엇으로 평가하고 있습니까. 이번 분기 숫자입니까, 아니면 그 리더 밑에서 몇 명이 조용히 떠났는지입니까.
당신의 회사에 좋은 영향력을 주는 리더가 있다면, 그 밑에서 몇 명이 자라고 있을 겁니다. 나쁜 영향력을 주는 리더가 있다면, 그 밑에서도 몇 명이 자라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10년 후 당신 회사를 이끌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당신의 회사는,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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